소비자평가 김유나 편집장
소비자평가 김유나 편집장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장(플랫폼)이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두 가지 방법 : 검색과 발견”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레버리지 하는 두 가지 방법 : 유인 전략과 유도 전략”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어느새 1년 1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불안과 안심, 공포와 희망을 오고 가며 일상은 팬데믹에 익숙해져 가지만,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숨가쁘다. 멈춰버린 오프라인에 기다리다 지친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이 활성화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을 확대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도입하고, 데이터를 모아서 고객을 분석하는데 돈과 시간과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팀을 만들고, 디지털 협력사를 알아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밟고 있는 수순이다. 기업 활동의 중심에 디지털이 들어오고 있다. ‘온라인이 활성화’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디지털 채널들에 광고와 세일즈를 강화하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이것은 디지털 채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다. AI를 도입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이주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온라인 이용행태를 연구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도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은 곧 ‘시장이 이동’을 의미한다. 관건은 ‘온라인 시장’이 열린다는 데 있다. 온라인 시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모르면 디지털 마케팅을 도입한다 한들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도,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 수립도 어렵다.

 

그렇다면, 온라인 시장은 어떤 곳일까? 일단 온라인을 떼고 ‘시장’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자. 시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그리고 물건을 사고 파는 장이 열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가 있다. 기본적인 요소는 판매자와 구매자이다. 그리고 사고 팔 물건과 적당한 가격 흥정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유통 체인들이 그 사이에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많은 거래들이 일어난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생각해보자. 구매를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눈과 머리는 바쁘게 돌아간다. 판매자 역시 제품을 판매할 기회들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고객들을 유심히 살펴서 세일즈를 하기에 분주하다.

 

그렇다면, 온라인 시장은 어떠한가? 많은 제품들이 실시간 판매되는 아마존이나 쿠팡을 떠올려보자.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물건들과 가격 비교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에서는 정형화된 장(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 하지만, 원래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길목이 입지를 앞서는 법이니(길목이 좋은 곳에 매장이 들어서지 않나),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시장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전국 팔도에서 열리는 5일장을 생각해 보자. 판매자가 상품을 소개하고, 바람잡이가 분위기를 띄운다. 고객이 물건의 품질과 효능을 질문하면, 판매자는 바로바로 답을 주며 고객을 구매로 유도한다. 중간중간 엿장수의 엿가락 춤이나 뻥튀기 장수의 요란한 뻥튀기 제조 과정은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며 고객들을 시장에 오래 머물게 한다. 가만히 보니 지금 가장 핫하게 주목을 받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인플루언서의 디테일한 제품 설명, 사용 후기, 제품 시연, 끊임없이 확인해 주는 댓글리케이션, 여기에 깨알 같은 재미 요소까지 전통시장의 광경을 그대로 닮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같은 성격의 것인가? 온라인 시장을 정의해보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교환하는 연결된 시장’으로 정리된다. 가만히 보니 이것은 플랫폼이다. 그러고 보니 ‘플랫폼을 기획한다는 것’은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시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꿈꾸며 온라인 사이트 개설을 고민하지만, 정확히 말해서는 온라인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시장(플랫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이트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그 시장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산골짜기 깊숙이 자판을 깔아 놓고 장사를 하는 것과 같다.

 

온라인 시장을 만들려면 그 안에서 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일단 시장의 거래는 어떤가? 보통 시장은 트래픽이 많은 곳에 형성된다. 항상 사람들이 오고 가며 붐비는 곳에 장이 섰었다. 붐비는 장소가 주는 기회 요인이 있다. 뭐가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제품에 접근하는 발품을 덜어준다. 그리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제품을 둘러싼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간다. 제품 전문가인 판매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해결하는 것이다. 거래되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있다. 구매자의 필요에 의해 물건을 ‘고르기도(검색)’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눈에 띄는 제품이 ‘발견’되어 구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온라인 시장의 경우도 한번 살펴보자. 사실 우리가 온라인 시장에서 하는 행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랫폼에서 제품이 팔리는 방식을 보면 ‘검색과 ‘발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플랫폼에서는 제품의 거래만큼 ‘정보의 거래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과 ‘검색 중에 무수한 발견이 생긴다’는 점이 좀더 심화되었을 뿐이다. 소비자들은 사이트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중간에 다른 제품 광고를 보고 검색 품목을 바꾸기도 하고, 댓글을 읽다가 링크를 타고 금방 공간 이동을 한다. 누가 그 순간 소비자의 관심을 쟁탈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는 디지털 상에서 자유로운 유영을 즐긴다.

 

여기서 온라인 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의 접근이 나온다. 한 가지의 접근은 ① 고객을 구매로 유도하는 <푸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이전에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 제품을 검색하는 과정을 공략하는 것이다. 판매자의 결정적인 목표인 구매까지 유도하기 위해서는 누가 구매를 할 것인지를 찾아내는 안목이 중요해진다. 이때는 타겟팅 전략이 관건인데, 점차 STP에 기반한 시장세분화 타겟팅이 아닌, TPO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세분화 타겟팅으로 옮겨가고 있다.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로 진화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마케터의 도구는 ‘광고’보다 ‘추천’이 유효하다.

 

두 번째 접근은 ② 고객을 시장으로 불러 모으는 유인 전략이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와 상관없이 놀다가 제품을 발견하게 하는 전략, 즉 콘텐츠에 기반한 <풀 전략>이 이것이다. 바로 세일즈로 들이밀지는 않지만 고객이 제품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들을 접하면서 사용성을 완성시키게 하는 접근이다. 이것은 제조사 중심에서 벗어난 상당히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요구한다. 소비자가 경험하는 제품은 ‘물건’이 아니다. 제품을 경험해 본 타인들의 사용 후기, 일상에서의 의미, 즐거웠던 감정, 그리고 제품을 놀이의 소재로 사용하는 즐거움 등등 ‘제품을 둘러싼 모든 경험들과 네트워크들’이 바로 제품을 완성시켜주는 오브제들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네트워크를 타고 무한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마케터의 도구는 ‘광고’가 아닌 경험의 ‘공유’여야 한다. 제품을 팔지 말고 고객이 스스로 우리 제품을 찾아오게끔 유인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유인과 유도 전략은 과거부터 적절하게 취해져 왔었다. 달라진 점은 ‘전달’과 ‘도달’ 방식이 아닌, ‘연결’과 ‘매개’의 방식으로 고객의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온라인 시장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킨다는데 있다. 여기서 온라인 시장(플랫폼)만의 유니크한 성격이 나온다. 시장의 존재 가치는 모객에서 나온다. 사람이 모여 있어야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과는 다른 온라인 시장의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장의 형성에 고객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판매자가 자판을 깔아 놓고 모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구성 요소인 ‘제품(앞에서 말한 제품의 완성)’에 이미 소비자의 경험이 내재되어 있다 보니, 제품의 개발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시장의 형성, 즉 플랫폼의 기획에 소비자와의 협업이 필수적 요소가 된다.

 

제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설계로 관점이 바뀌고 있다. 이제 소비자를 레버리지 해서 기업과 고객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에서 고객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의뢰로 간단하다. 플랫폼의 지향점은 ‘판매’가 아니다. 플랫폼이 목적하는 바는 ‘관계 형성’이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디지털 공간에서 플랫폼의 존재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것은 ‘네트워크’ 밖에 없다. 네트워크 효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승자독식의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 형성은 철저히 소비자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온라인 시장의 절대적인 차별점은 바로 시장을 형성하는데 있어 소비자의 네트워크가 큰 몫을 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철저히 고객 중심 마인드로 그들의 생활을 설계해 주고, 그들을 참여시키고 그들과 소통하는 구조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보자. 지금도 디지털 상에서 온라인 시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혹여 산골짜기에 둥지를 틀고 아무도 듣지 않는 외침으로 좋은 상품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도,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제품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솔루션은 ‘기술의 도입’이 아니다. 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시장의 규정’이다. 디지털에서는 더 이상 시장이 주어지지 않는다. 정해진 범위도 없는 디지털이란 땅에서 시장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고객 관점에서 온라인 시장을 설계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어떤 시장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오래 살아남는 시장을 만들 것인가? 온라인 시장을 창출하는데 반드시 고객을 레버리지 하자. 이제 소비자는 기업의 자산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모든 기업에게 안겨준 기회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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