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플랫폼 전환의 시대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순서에 상관없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플랫폼 구축을 고려하는 중이다.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디지털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플랫폼만 구축하면 되는가? 사실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유는 연결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단축하고 고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함이다.

 

플랫폼의 궁극적 목적은 상품 판매

플랫폼이 주는 이점은 마케팅의 전 과정이 디지털 상에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이들을 연결하는 데 있다. 그리고 연결의 맨 끝에는 상품의 판매, 즉 매출이 존재한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다. 그냥 파는 것도 아니고 많이 팔고, 자주 팔고, 비싸게 파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 루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사업 이슈라 할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가 가져온 새로운 커머스 패러다임

예전부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의 진화가 있어 왔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옴니채널이 커머스 업계의 화두였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플랫폼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에는 ‘라이브 커머스’가 커머스 트렌드를 잠식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나, 적은 비용으로, 생생한 정보를 방송 규제없이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커머스 업계에 빠르게 도입, 확산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엔터테이너들이 라이브 커머스 업종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라이브 커머스는 ‘유통’이라는 포맷에 ‘콘텐츠’ 포맷을 추가적으로 장착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별도로 움직이던 콘텐츠와 커머스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든 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커머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임에 틀림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변화하는 쇼핑 행태

라이브 커머스로 변화하는 유통 생태계. 일단, 플랫폼에서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두 축인 공급자와 수요자를 함께 봐야 한다. 플랫폼의 본질이 디지털 시장이니, 양측 간의 거래 관계가 성립 되어야만 진정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때 커머스는 기업에게 ‘판매’의 접점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쇼핑’의 접점이다. 따라서 플랫폼에서 우리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디지털에서 쇼핑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생산-유통-마케팅 방식을 바꾸고 있듯이, 소비자의 쇼핑 생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을까?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완성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소비자의 변화하는 쇼핑 행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구매의사결정과정에 따른 쇼핑의 변화

시대가 바뀌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변화된 쇼핑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전부터 활용해왔던 구매의사결정과정 상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보통 구매의사결정과정은 ‘문제인식-> 정보탐색-> 대안평가-> 구매결정-> 구매 후 평가’로 구분된다. 그럼, 문제를 인식한 후 정보탐색 단계부터 쇼핑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① 정보탐색 단계 : 비교에서 체험으로

우리는 얼마 전까지, 아니 지금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많은 종류의 상품을 구매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그 패턴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라이브 커머스라는 새로운 쇼핑 채널이 열렸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이 바뀌고 있다.

일단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상품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상품 리스트들이 화면에 진열되어 나타나고, 제시되는 상품 개수도 끝없이 많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이 바쁠 정도이다. 상품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상세 정보는 더 복잡해 보인다. 하나하나 일일이 읽고, 시뮬레이션 해보고 판단하는 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계속된다. 구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고객 리뷰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은 끝없는 제품 탐색과 가격 비교, 리뷰 정독이 요구되는 ‘머리 쓰는 일’이 된다.

그럼, 라이브 커머스에서의 쇼핑은 어떠한가? 일단 상품이 제시되기 보다 채널이 제시된다. 그리고 각 채널을 이끄는 판매자가 보인다. 최근 ‘샵테이너’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은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제품을 먹고, 입고, 찍어 발라보면서 소비 현장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심지어 현지에 나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찍어 올리는 경우도 있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모바일 폰으로 소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 송출하면 되니 콘텐츠의 변신은 무죄이다. 여기에 댓글로 쇼핑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참여자들이 함께 한다. 옆에서 맞장구 쳐주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쇼핑의 맛은 더욱 쫄깃해진다. 라이브 커머스를 보고 있다 보면 실감나는 현장감에 한번 사보고 싶다는 충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쇼핑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이 된다.

 

② 대안평가 단계 : 추천과 커뮤니티의 힘

정보 탐색이 끝나면 대안들을 평가해야 한다. 정보의 바다인 디지털에서 구매를 위한 정보의 선별은 어떻게 일어날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평점과 리뷰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구매자의 자체 평가도 있겠지만 이미 사본 사람들의 ‘구매 경험’ 만큼 강력한 보증은 없다. 그럼,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어떠한가? 정보를 선별하는데 있어 구매경험 외에 ‘사람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그들이다. 라이브 커머스를 계속 하다 보면 관심사와 재미를 기반으로 채널을 선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의 인플루언서와 관계맺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채널을 정기 구독하기도 하고, 그들이 제안하는 소비 스타일을 큐레이션 서비스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 판매자에 대한 호감과 신뢰도가 생긴다. 또한, 채널에 들어와 있는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이미 구입해서 사용해본 이들의 추천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쇼핑이 ‘검색’에서 ‘질문’으로, ‘비교’에서 ‘추천’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실시간 채팅으로 인해 구매의사결정 단계가 줄어들고 있으며, 혼자 머리 쓰던 쇼핑에서 커뮤니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재미있는 쇼핑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축에는 ‘소통’이 있다.

그럼 지금까지 쇼핑에서 소통은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을까? 오프라인 쇼핑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소통만 존재했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상품을 사려는 구매자와 이미 사본 소비자 간의 소통만 존재했다. 그러던 것이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판매자-구매자-소비자 간의 입체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 구매자와 소비자들 간의 소통이 일어나면서 커머스에 ‘커뮤니티’ 기능이 얹혀진 것이다. 지금 디지털에서는 소통과 공감과 참여와 흥정을 통해서 관계 기반의 쇼핑이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③ 구매결정 단계 : 소유에서 경험으로, 구매에서 구독으로

구매 결정은 어떠한가? ‘구매’를 논하기 전에 최근에 ‘구독’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소유’보다 ‘경험’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만 보더라도 콘텐츠의 본질은 간접 체험이다. 체험을 통해 구매를 하려는 트렌드가 ‘구매가 아닌 구독’이라는 변화를 낳고 있다. 이때의 구독은 과거의 구독 서비스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과거의 구독은 제품을 사지 않고 렌탈하는 것이었다. 정수기가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고, 가전제품이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 새롭게 조망받는 구독 서비스는 ‘제대로 사기 위해 빌려보는 것’을 제안한다. 최근 오픈한 신개념 온라인 쇼핑몰 겟트(GETTTT: Get the Taste)의 콘셉은 “써보고 사세요”이다. 겟트는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렌탈해서 체험해보고 소비자의 취향을 찾아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e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④ 구매 후 평가 단계 : 고객과 함께 창조하는 Co-Creation

구매 이후 단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고객의 사용 경험이 다른 구매자의 대안 평가에 도움을 주는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디지털 상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이를 활용하여 기업과 고객을 바로 연결시켜주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파우컴퍼니이다. 파우컴퍼니는 ‘파우더룸’이라고 하는 1세대 뷰티 커뮤니티에서 출발하여, 현재 뷰티 꿀팁에서 제품 구매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파우더룸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우더룸이 다른 뷰티앱과 다른 점은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고 하는 뷰티 찐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실제 고객이 될 충성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파우더룸 (그림 출처: Z커머스 컨퍼런스 2021)
파우더룸 (그림 출처: Z커머스 컨퍼런스 2021)

 

파우더룸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동 창조(Co-Creation)’를 어떻게 기업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공동 창조, 말 그대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신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 하며 제품의 탄생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코덕들은 매우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험치가 제품 개발 단계에 많이 녹아 들어간다. 이들은 제품의 사용 경험과 활용 팁에 대해서 공유를 아끼지 않는다. 코덕들은 파우더룸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했다는 ‘공병 인증’, 메이크업 제품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썼다는 것을 인증하는 ‘핫팬 인증’, 나의 화장하는 공간과 상황을 공유하는 ‘화장대 인증’을 통해, 제품에 대한 진짜 애정을 제품 사용이라는 행위로 표현한다. 코덕들의 적극적인 인증 행동은 일정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는데 이러한 분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파우더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파우더룸의 코덕들은 ‘룸메’라고 불리는데, 파우더룸은 룸메들을 브랜드와 연결하여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그대로 제품 개발에 반영될 수 있게 한다. 파우더룸에서는 제조사 관점에서의 신제품 개발이 아닌, 완전한 이용자 관점에서의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마치 ‘프로듀스 101(Mnet에서 진행했던 글로벌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이 국민 프로듀서를 양산했던 것처럼, 파우더룸은 출시될 때부터 ‘팬’이 존재하는 신제품을 탄생시킨다. 인지도 0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잠재 고객이 존재하는 신제품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룸메의 존재는 국민 프로듀서에 버금간다.

 

‘소통’이 가져온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

이상에서 봤듯이, 쇼핑 역시 확실히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듯이, 소비자들의 쇼핑 라이프도 바꿔놓고 있다. 쇼핑은 ‘이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라 실시간 브랜드와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즐기는 경험’이 되고 있다. 과거의 커머스에서 소비자는 ‘구매자’의 역할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오늘날의 커머스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구매나 소비의 주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커머스의 주체’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모든 변화는 디지털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연결성, 이동성, 참여감이라는 특성 때문이며(‘소비자 퍼스트의 디지털 경영 시대’ 기고문 참조),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실시간 자유롭게 흐르는 ‘소통’이라는 도구 덕분이다.

※ 관련 기고문: 소비자 퍼스트의 디지털 경영 시대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4346

 

디지털이 기술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역으로 소비자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여 가장 인간적인 쇼핑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넘어야 할 산은 기술의 도입이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디지털 안에 사람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연결되고, 사람들이 경험들을 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소통은 따뜻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커머스에서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즐거운 인간적인 쇼핑의 시대가 오길 기대해 본다.

 

*본 기고문은 ‘한국마케팅협회 제16기 디지털마케팅CEO과정 원우 모임 세미 특강’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본 행사를 위해 친목의 장소를 제공해 주신 스콜라스 김선철 대표님과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주신 이민법인 대양 김지선 대표님께 원우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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